박주희 Part Ju Hee

AI가 예측한 산동면의 미래: 2030년, 이 마을은 사라질까?

1. AI 시뮬레이션으로 본 산동면: 데이터로 그려보는 미래의 마을

산동면은 조용한 마을이다. 그 조용함이 아름다울 때도 있지만, 때로는 불안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주민 수는 해마다 줄고 있고, 초등학교는 통폐합 이야기가 돌며, 마을 회관도 언젠가는 문을 닫을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어르신들 사이에서 돌곤 한다. 우리는 그런 말을 흘려듣곤 했지만, 이제는 AI가 그 미래를 숫자로 그려내기 시작했다.

최근 진행된 ‘지방소멸 대응 AI 시뮬레이션’ 프로젝트에서, 산동면은 2030년까지 총 인구의 35% 이상이 감소할 수 있다는 예측을 받았다. 현재 700명 안팎의 주민 중 65세 이상 노인이 약 40%를 차지하는데, 이는 전국 평균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AI는 인구 동향, 고령화 속도, 농업 수익성, 기후변화 데이터를 함께 분석하며 “유지 어려움” 판정을 내렸다. 소위 말하는 ‘소멸위험지역’에 분류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숫자 그 자체가 아니라, 이 데이터를 마주한 사람들의 표정과 반응이다. 어떤 이는 “거봐, 다들 도시 가는 이유가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고, 어떤 이는 “기계가 우리 마을 마음은 모르잖아”라며 허허 웃었다. AI는 숫자를 말하지만, 마을은 기억과 애정과 땀으로 움직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뮬레이션은 단순한 예측이 아니라, 어떤 질문을 던지는 장치다. 우리는 이 마을을 어떻게 지속시킬 수 있을까? 기술은 진짜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2. 위기 요인 분석: 고령화와 농업 생산성의 경고

산동면을 둘러싼 위기 요인 중 가장 심각한 건 고령화다. 지난 20년간 출생률은 사실상 0에 가까웠고, 젊은 세대는 대학 진학 이후 다시 돌아오는 일이 거의 없다. 읍내에는 이미 폐가가 여러 채 생겼고, 명절 때 외지 자식들이 잠시 들렀다 가는 풍경만이 집집마다 기억되는 연례행사가 되었다.

AI는 이같은 인구 구조 속에서 ‘유지 가능한 공동체’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렸다. 자급자족이 가능한 농업 생산 인구가 해마다 줄고, 노년층의 농사도 점점 규모가 작아진다는 것이다. 특히, 농업 수익성이 감소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고령화에 따라 농기계 운전이 어려워지고, 병해충 방제 대응도 늦어지며, 기후 변화에 따른 작황 불안정이 더해졌다.

예전에는 태풍이 온다 해도 장독대를 묶고 고추 따던 기억이 있지만, 이제는 폭염에 밭일을 나가는 것 자체가 건강을 위협하는 일이 되었다. 게다가 젊은층은 농촌을 ‘가난하고 낙후된 곳’으로 보며 돌아오지 않는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이 없는 마을은 결국 사라지게 된다.


3. 생존 전략 모색: 로봇과 도시의 연결이 만드는 희망

이런 위기의식 속에서 산동면은 실험적인 생존 전략을 조금씩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로봇 농업 시범 사업이다. 작년부터 일부 밭에 무인 트랙터와 자동 물주기 시스템이 도입되었고, 서울에 사는 청년 귀농인이 원격으로 비료를 조절하고 파종 일정을 계획하는 사례도 생겼다. 기계는 사람처럼 피로하지 않기에, 80세 어르신도 버튼 하나로 농사짓는 세상이 가까워지고 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시도는 ‘산동면 클라우드 펜션’ 프로젝트다. 도시 주민들이 온라인 플랫폼에서 소액 투자를 통해 산동면의 펜션을 공동 소유하고, 주말마다 이용하거나 로컬 푸드를 구매하는 방식이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농촌과 도시의 감정적 연결을 지향한다. 매달 보내오는 마을 편지, 계절마다 바뀌는 먹거리 박스, 그리고 주민들과 화상으로 만나는 작은 토크쇼는, 도시에 사는 이들에게 ‘잊고 있던 고향 감각’을 되살린다.

이런 흐름은 분명 미약하다. 하지만 기계만으로는 마을이 유지되지 않고, 사람의 마음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지금, 기술과 감정이 만나는 지점에서 산동면은 새로운 길을 찾으려 한다.


4. 결론: AI가 말하지 못하는 것들

AI는 산동면을 ‘이주 권장 지역’으로 분류했다. 비효율적이고, 미래 유지 가능성이 낮고, 기반 시설이 부족한 마을. 정부는 이에 따라 이주 지원금을 늘리고, 집값을 보전하며 도시 재정착을 유도한다. 데이터는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은 달랐다. 92세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여그서 태어났고, 여그서 죽을 거여. 내가 죽고 난 후는 몰라도,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마을이 마을이여야지.” 기술은 예측은 할 수 있지만, 이런 마음의 무게는 측정하지 못한다.

산동면은 지금 흔들리는 미래를 마주하고 있다. AI는 그 미래를 그려주지만, 그림 안을 어떻게 채울지는 결국 사람의 몫이다. 사라질 것인가, 살아남을 것인가. 기계는 답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질문을 던지게 한다. 우리는 이 마을을 정말 잃어도 괜찮은가?

그리고 그 질문 앞에서, 산동면은 여전히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들판에선 자동 물대기 장치가 돌아가고, 회관에선 노인들이 짚신을 고르고, 멀리 서울에서는 누군가가 오늘도 ‘산동면 클라우드 펜션’에 예약을 넣는다.

아직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지금 막, 다른 방식으로 살아나기 시작한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