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산동면의 식탁
산동면의 밥상은 그 자체로 하나의 풍경이다. 거창하지 않다. 두부 한 모, 된장국 한 사발, 산에서 뜯어온 나물 몇 가지가 전부일 때도 많지만, 그 안에 담긴 시간은 짧지 않다. 예부터 산동면은 산과 들, 물과 흙을 곧 식재료로 바꾸는 마을이었다. 마을 어귀 작은 연못에서 잡은 개구리를 볶아 먹기도 했고, 봄이면 뒷산에 올라 고사리, 두릅, 미나리 같은 산나물을 뜯어왔다.
‘개구리 볶음’은 외지인에겐 낯설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 마을에서는 한때 여름철 단백질 공급의 상징이었다. 장날이 서면 물가 근처에서 개구리를 손질하는 장면도 흔했다. 소금과 고추장으로 양념해 부추와 함께 볶아내면, 뼈째 씹히는 고소한 맛에 젓가락이 멈추지 않았다는 어르신들의 증언이 남아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산동면의 식탁에는 조금 낯선 음식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식용 곤충 버거라든가, 발효 로컬푸드 음료, 심지어 곤충 밀키트 같은 것들이다. 처음엔 마을 어르신들이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지만, 신기하게도 젊은이들과 아이들은 이를 점차 익숙하게 받아들인다. 변화는 그렇게, 어느 날 아주 소리 없이 시작되었다.
2. 전통 음식의 과학적 가치
이러한 음식의 전통성과 혁신 사이, 무게를 잡아주는 건 ‘과학’이다. 개구리 볶음은 단순히 마을 추억으로만 치부되기엔 아까운 음식이다. 최근 한 대학 연구팀이 이 요리의 영양 성분을 분석한 결과, 단백질 함량이 100g당 약 16g으로, 일반 닭고기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은 수치였다. 지방은 적고, 오메가3와 아연, 셀레늄 같은 미량 영양소도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학자들은 기후 위기 시대의 ‘로컬 단백질’ 대안으로 개구리를 다시 주목하고 있다.
산나물 정식 또한 마찬가지다. 두릅, 곰취, 눈개승마 같은 토종 나물들은 단순히 봄철 별미가 아니다. 한국식품영양과학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나물에는 강력한 항산화 성분이 다량 포함되어 있으며, 간 기능 보호나 면역력 증진 효과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약초와 나물의 경계에서 길러지는 산동면의 식물들은 농약 없이 자란다는 점에서 **자연 그대로의 ‘약’**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전통 음식은 단순한 향토 음식이 아니라, 지속가능성과 영양 면에서 모두 경쟁력이 있는 미래 식자원이다. 단지, 그 가치를 다시 번역해 보여주는 언어와 방식이 필요할 뿐이다.
3. 미래 식문화 실험장으로서의 산동면
산동면에서는 최근 곤충 농장이 문을 열었다. 30대 초반 귀농 청년 둘이 만든 이 농장은, 밀웜과 귀뚜라미를 사육해 단백질 가공품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공장 규모는 작지만, 내부는 철저하게 자동화되어 있다. 습도와 온도, 조명 주기까지 앱 하나로 조절되고, 사육된 곤충은 건조기와 분쇄기를 거쳐 곤충 단백질 파우더로 만들어진다.
이 파우더는 햄버거 패티, 과자, 음료 등에 활용된다. 마을 청년회관에서 열린 ‘곤충 버거 시식회’ 날, 아이들은 호기심에 먼저 입을 댔고, 일부 어르신들도 반신반의하며 한 입 베어 물었다. “어? 생각보다 괜찮네.” 그런 말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왔다. 몇몇은 여전히 “이상한 거 만든다”며 고개를 젓지만, 시간이 지나며 새로운 맛에 대한 경계심도 점점 옅어지는 중이다.
외지인들의 반응은 흥미롭다. 로컬푸드 페스티벌에 참여한 도시 청년들은 “이런 시골에서 식용 곤충을 시도한다는 게 오히려 더 앞서나간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즉, 산동면은 단지 과거의 맛을 지키는 마을이 아니라, **새로운 식문화 실험이 가능한 ‘안전지대’**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변화의 시작점에는, 전통과 실험이 이상하게도 잘 어우러지는 이 마을의 ‘정서’가 있다.
4. 전통과 미식(Mukbang)의 결합이 가져올 변화
마지막으로 주목할 점은, 산동면의 음식이 ‘먹방’이라는 현대적 미디어 문화를 통해 다시 조명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튜브나 틱톡에서 활동하는 몇몇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산동면을 배경으로 한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산나물 채취 브이로그, 전통 개구리 볶음 만들기, 곤충 버거 도전기 같은 영상이 하나둘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것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다. 음식이 곧 이야기이고, 그 이야기 속에 마을의 정체성과 미래가 있다는 증거다. 어르신들이 해주는 설명과, 청년들이 만든 미디어 콘텐츠가 교차하면서, 산동면의 음식은 더 이상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변화의 시작점이자 문화적 자산으로 다시 읽히기 시작했다.
전통이란 지키는 것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의미를 덧입혀 다시 살아나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산동면은 지금, 자신들의 식탁에서 그것을 조용히 실천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식탁 위에는 과거의 추억과 미래의 가능성이 나란히 놓여 있다. 어느 것도 억지로 지우지 않고, 어느 것도 억지로 내세우지 않는 방식으로.